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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그는 당신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고 싶었지만,
그것이 적힌 추억은 그의 기억 어느 부분을 멤돌면서,

과거의 어느 사실적이지 않은 잔상을 끄집어내어,
지금의 비어진 공터에 불러옴으로, 

그는 앞으로도 만들어지지 못할 만한 사건들에 대해 향수를 느낀다. 
감각은 어그러지는 동시에, 

외면했던 것들이 피부에 와닿아 그를 서늘하게 하기도 한다. 
강한 아픔을 느끼지 않는 것은,

그것은 실존하지 않는 어떤 하나의 경미한 생각일 뿐.
그것이 수놓은 장면들은 어떤 하나의 떨어진 조각에 의하여 빗줄기처럼 

어느 오후의 피로에 쏟아 내리고, 그는 그 장면에 의하여 녹아내린 
아스팔트 바닥의 어떤 암흑 속으로 떨어진다. 

하강의 시간에는 어떤 고뇌도, 기억도 떠오르지 않는다.

다시 한 번 어떤 상공을 가르는 한나절의 소망도 
희미해 져가는 그늘진 울음 소리와 함께.

그는 당신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고 싶었지만,

그건 어떤 사실적이지 않은 잔상을 끄집어내어
그를 지금의 비어진 공터로 불러오는 것. 

아주 큰 모험을 상상하던 때도 저물어버린
그의 일상의 틈새 사이에 자라나던, 

이름 없는 식물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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